20대의 진로 고민 / 혼란의 시대 제2화 '방황하는 칼날' 20대 편
50대도 저물어 가는 이 시점에서 나의 20대를 돌아보자면, 항상 수많은 선택들의 연속이었다. 그게 진로 선택이든, 취업이든, 인생의 파트너 선택이든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홀로 서서 끊임없는 고뇌의 시간을 보낸 혼란 그 자체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사회 속에서 늘 향상심과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어느 정도 기반을 만들 수 있었다.
교육업계에서, 그것도 아이들의 진로와 취업을 지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 자리에서 지금의 20대 청년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측은하고 안타깝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다. 그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들을 사회에서 조금이나마 펼치고 나아갈 그 아까운 청춘들이 차원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괴로워하며 허덕이는 모습을 보고자 하면 무거운 책임감마저 느껴진다. 삶의 목적과 경로를 잃고 방황하는 칼날 같은 20대의 수많은 청년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나는 체감하고 있는 것 같다.
기성세대로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방황하는 칼날들이 잘 재련되어 세계적인 명검으로 인정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해 보고자 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 MZ가 겪고 있는 현실
요즘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청년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이 질문 또한 취준생에겐 공포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이제 '무엇을 해 왔는가?'가 첫 질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사회 초년생 입장에선 어이가 없는 질문일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문제들을 제외하고서라도, 20대는 내면적으로도 혼란을 겪고 있는 시기이다. 그들이 겪고 있는 내면적, 표면적인 문제들을 나열한다면 아래와 같다.
1. 정체성 혼란 20대는 자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성격이나 가치관 등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시기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발생하기 쉽다.
2. 사회적 기대감과 압박 사회, 가족, 친구들로부터의 기대감과 압박이 20대의 방황을 야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직업 선택, 결혼 등의 큰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이러한 압박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3. 진로 결정의 어려움 20대는 일반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직업을 선택하는 시기이며, 이때 진로의 불확실성과 경제적인 불안감 때문에 방황을 느낄 수 있다.
4. 경제적 불안정 취업 시장의 불안정성,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 등은 20대의 경제적 불안을 증가시키며, 이는 방황의 원인이 될 수 있다.
5. 사회적 격차 교육이나 소득 등 사회적 격차는 20대의 방황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불평등한 기회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고 느낄 경우, 이는 크게 방황을 유발할 수 있다.
진로와 취업의 관점에서만 봐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더욱이 이와 연관된 다른 사회적 문제들이 중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미루어 볼 때 20대에게 남은 선택지는 현실을 인정하고 타파해 나가는 방법 외엔 방법이 없다.
희망적인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원인들로 인해 20대는 방황을 경험하게 되지만, 이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성장하는 중요한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의 퀘스트를 완료해나가는 방법
사실 현실에선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파트별로 솔루션을 제시하긴 힘들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와 진로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이에 관련된 우리의 경험들을 공유함으로써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체성 혼란
발달 심리학자 Erik Erikson의 정체성 대 혼란성 이론에 따르면, 20대는 자신의 가치관, 흥미, 능력 등을 깊이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주장한다. 쉬운 말로 하자면 '원래 혼란스럽다는 걸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려 한다. 2022년 우리에게 컨설팅을 받았던 학생이 선취업 후진학 전공선택 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겪었다. 우리는 그에게 여러 전문가들과 산업현장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인적성검사와 성향검사 등을 통해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고 많은 경험을 쌓을 시간적, 경험적 여유를 만들어줬다.
이러한 수많은 노력에도 그가 쉽게 인정하지 못한 것은 자신이 원래 있었던 분야와 완전히 다른 과학 분야에 자신이 재능과 흥미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10번의 상담과 다양한 현장을 스스로 기록하며 탐구함으로써 결국 자신이 환경과 생물들에 대한 흥미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물학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다.
사회적 기대감과 압박
'삶의 목적'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코치 Richard Leider의 의견에 따르면, 개인은 자신의 재능, 가치, 기여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나를 성찰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의 의견은 나의 사회적 결정들에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걸 인지하고, 오직 나를 알아가는 것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이 역시 우리가 Richard Leider의 견해를 적용한 사례를 기반으로 설명해 보면, 20대 후반 직장인이신 분이 우리를 찾아왔다. 전공과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마케팅 분야로 커리어를 시작한 분이었다. 그녀는 일을 하며 점점, 자신의 재능과 흥미가 디자인에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었기에 그만두기엔 심리적 압박을 많이 느끼고 있었고, 마음처럼 쉽게 디자인 분야로 전환할 수 없었다. 경력, 실적, 연봉, 부모님 눈치 등의 사유였다. 우리는 그녀가 2년의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삶의 목적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에 관련된 포트폴리오 구성, 디자인 프로그램 역량 강화를 할 수 있게 컨설팅 방향을 잡아주었고, 2년 후 그녀는 UX 디자인 분야로 이직하여 마케터의 역량과 디자이너의 역량을 동시에 발휘하며 실적을 내는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진로 결정의 어려움
우리나라에서 홀랜드 검사로 유명한 진로 상담가이자 심리학자인 John Holland의 진로 유형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자신의 흥미와 능력을 고려하여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 당연하고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우리의 시선으로 볼 때 자신이 어떤 흥미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대다수이다.
우리에게 찾아온 대기업 경영 부서에 다니는 한 분 또한 그랬다. 그는 창의성을 발휘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업무를 하는 것이 자신에게 적합하다는 것을, 열심히 공부하고 뼈를 깎아 들어간 대기업에 입사한 후 일을 하며 깨달았다. 그는 직장을 옮기기로 결정했지만 막막한 마음에 우리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취준생 시절을 후회했지만, 흥미가 없는 일에서조차 성과를 내고 있는 그의 능력을 우리는 믿었고, 같은 회사 계열사인 광고 전문 회사로 1년 후 이직에 성공하였다. 우리의 코칭법은 그가 그를 명확하게 파악해 내고 흥미와 능력을 가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것밖에는 없었는데 말이다.
경제적 불안정
사실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금융에 대한 기본 교육이 부실하다. 개인의 재정관리 능력의 부재는 20대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선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재무 컨설턴트이자 작가로 다양한 책을 저술한 Suze Orman의 재정 관리 노하우에 따르면, 개인은 예산 설립, 저축, 투자 등의 기본적인 재정 관리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20대가 반드시 금융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정관리능력을 습득하고 더 나아가 나의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과정들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갈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말이다.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돈이 보이는 행복학교' 등 여러 기관에서 개인의 소득과 지출 관리, 저축과 투자전략 등에 대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한다.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이러한 정보 습득을 한다면 보다 빠르고 실수 없는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격차
사회심리학자 Claude Steele의 고정관념 위협(stereotype threat) 연구를 빌려 보면,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사회적으로 불리하게 여겨질 때 그로 인한 부담 때문에 최상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사회적 격차에 대한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말로 해석된다.
그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나의 경험을 통한 제안은 이렇다.
1. 사회적 격차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 첫 단계이다 (현실인지)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자신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지, 그 상황에 침체하거나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의 시작점으로 보아야 한다.
2.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자아 위협의 극복) 불평등한 기회 아래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Claude Steele이 이야기한 '고정관념 위협'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나는 부여 중에서도 외진 시골마을 출신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이끌어주지 않았던 20대 시절 암울했던 10년간의 직장 생활 와중에도 절대 공부를 놓지 않았고, 나 자신을 믿고 성장시키며 그 순간들을 살아왔다. 그 경험들은 어느 순간 나의 자존감을 형성했고 나아갈 수 있다는 향상심을 만들어주었다. 힘듦을 참고 견디라는 말이 아니다. 부정적인 순간들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놓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의견, 선입견, 스테레오타입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아 위협: 개인이 속한 사회적 그룹이 부정적인 선입견이나 스테레오타입에 직면할 때 발생하는 상황을 지칭한다. 이는 개인이 그룹에 속함으로써 부담감을 느끼고, 그 부담감이 개인의 성과를 저해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여성들은 수학을 잘 못한다"라는 스테레오타입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녀는 수학 시험을 치를 때 더 큰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부담감은 그녀가 자신의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볼 수 있는 상황을 방해하고, 결국 그녀의 성적을 저하시킬 수 있다.
당신의 20대에게
20대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성장하는 시기, 부정적인 말들을 모질게 쏟아낸 거 같아 미안하지만, 마음속 깊이 여러분들의 편에서 여러분의 성장과 변화를 기도하는 마음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당신의 20대는 가장 소중하고 특별하며,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과 주변에게 관용과 사랑을 베푸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가 수없이 반복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어려운 시기를 배움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면 성공과 배움 이 두 가지만 인생에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어려움이든 방법은 있고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있으니 말이다.
20대의 진로 문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 문제다. 우리 아이들이 용감하게 자신의 문제와 싸워나갈 동안 우리 어른들도 그들이 훌륭히 이겨내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는 가지고 있다. 우리의 훌륭한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선배들이 지나온 길을 보고 웃을 수 있도록 말이다.
참고문헌
- Steele, C. M. (2010). Whistling Vivaldi: And Other Clues to How Stereotypes Affect Us. W. W. Norton. (고정관념 위협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