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저하와 학습부진,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2024년 1월 20일 토요일, 대전에서 아동 치료 임상 경험을 오래 쌓아온 작업치료사 선생님과 미팅의 시간을 가졌다. 회의의 주제는 '36개월 이상 이 아이들의 발달 교육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였지만, 개인적으로 피부에 와닿았던 선생님과의 대화 내용과 관련 논문을 토대로 나의 생각을 나눠볼까 한다.
발달의 시기를 놓친 아이들
발달이라는 이야기는 나에게 생경하게 들렸다. 이미 20대 후반으로 성장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의 입장에선 먼 나라의 이야기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하여 여느 때와 다름없이 멀뚱히 이야기를 듣던 나는 내 귀를 자극하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작업치료사이자 감각통합치료사인 선생님이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 근긴장도(머슬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학교에서 널브러지듯 책상에 붙어있는 아이들이나 자세를 똑바르게 유지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근긴장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였다.
나의 두 자녀들은 다 허리 디스크가 있다. 또 이 친구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자세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과 집중력이 약하다는 피드백을 늘 받아왔다. 이야기를 듣고 이 상황을 다시 떠올려보니 상당히 근긴장도가 낮은 상태에서 발달이 지연된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것이며, 이것은 학습태도와 학습에 지대한 영향을 줬을 거라는 생각과 코어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허리 디스크를 가지게 되었을 거라는 생각에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궁금증이 생겼다. 내가 또 놓쳤던 부분은 없었을까? 언어적인 부분, 운동적인 부분, 사회적인 부분 모두를 포함해서 말이다.
나의 궁금증에 대한 선생님의 말씀을 정리한 내용을 공유해 본다.
언어 발달의 시기를 놓친 아이들
아동의 언어 발달은 초기에 가장 빠르게 진행되며, 이 시기에 적절한 언어 환경과 자극을 제공하지 않으면 언어발달이 지연될 수 있다.
발달이 지연된 아이들은 다음 고차원 영역에서 '언어 이해력', '말하기', '읽기', '쓰기' 등의 언어 관련 기술의 발달 지연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즉 학습의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언어 발달에 문제가 생긴 아이들의 경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 (36개월 이상의 아이들의 경우)
- 언어 이해력이 부족하거나, 또래에 비해 말하기(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진다.
- 단어의 소리나 발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긴 문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 말하는 속도가 느리거나, 평소 말의 문법적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운동 발달의 시기를 놓친 아이들
운동 발달은 우리 비전문가들에겐 생소하지만,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뇌와 신체의 상호작용의 발달 정도를 볼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라고 한다.
즉, 내 몸을 얼마나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가는 지능의 영역이라는 이야기이다. 운동 발달은 균형감각, 손과 눈의 조율 능력, 자세 유지 등의 영역에서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이는 학습시간에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없어 수업 태도나 수업 집중력에 핵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운동 발달이 지연된 아이들의 경우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 자주 미끄러지거나 비틀거리고 손과 눈의 사용이 또래에 비해 부족하다.
- 움직이는 물체를 잡거나 던지는 등의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 세밀한 동작이나 균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회적, 정서적 발달의 시기를 놓친 아이들
사회적, 정서적 발달은 가족, 또래 친구들, 교사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발달과정이다. 부족한 사회적 경험으로 인해 아동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부족한 경우 발달지연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이해력, 공감 능력, 자기 조절 능력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서 지연이 발생한 아이들의 경우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 다른 아이들과의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어려워 친구를 사귀기 어렵거나, 사회적 상황에서 어색하게 행동할 수 있다.
-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자기 조절 능력이 부족하거나, 감정의 변화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인지 발달의 시기를 놓친 아이들
인지 발달은 정보처리, 문제 해결, 추론 등의 능력이 포함된 복합적인 영역이다. 인지 발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아이들은 주의력, 기억력, 추상적 사고(창의력) 등의 인지적 기술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는 경우이다.
인지 발달의 시기를 놓친 아이들의 경우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 또래에 비해 주의력이 부족해 보인다.
- 산만하고 쉽게 한자리를 지키지 못한다.
- 기억력이 부족하거나 정보를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 추상적인 사고나 추론 능력이 부족해 문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가만히 놔두면 크면서 괜찮아진다?
사실 위의 내용은 내가 궁금한 내용에 대한 질문을 감각통합의 관점에서 답변한 내용이다. 더 근본적인 걸 설명하자면 이렇다.
중추신경계의 발달 영역에서 한 가지 영역이라도 발달이 지연된다면, 아동의 전반적인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각 발달은 이전 단계의 발달을 기반으로 구축되기 때문에, 한 단계의 지연은 그 이후 단계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체 기능 단계의 발달이 지연된다면 아동은 자신의 몸을 사용하고 제어하는 능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움직임, 균형, 감각 등과 관련된 활동에 제한을 가지거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아동의 표면적인 운동능력뿐 아니라, 자기 조절 능력과 집중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또 다른 예로, 인지 단계의 발달이 지연된다면 아동은 지각, 언어, 사고 등의 영역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학습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주의 집중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발달 피라미드의 한 단계의 발달 영역이 지연되면 아동은 해당 영역과 관련된 기능을 제한적으로 발달시키거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즉, 아동의 일상생활, 학업, 사회적 상호작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많은 국가에서 36개월 이하의 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또는 권고사항으로 발달검사를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발달지연 아동 통계는 무엇을 말하는가
대한민국의 젊은 엄마, 아빠들은 바쁘다. 돈도 벌어야 하고, 부모님도 신경 써야 하고, 여러 문제들을 몸으로 겪고 있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사람들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장과 현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냉혹하기 그지없다.
한국 내에서 발달지연을 겪는 아동의 수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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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발달지연 아동 증가: 2022년 기준 05세 영유아 발달지연 아동 수가 8만 1,430명으로 8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됐다. (베이비뉴스, 2023년 10월 24일) - 최근 4년 대비 증가율: 0~19세 발달지연 진료 환자는 2018년 6만 4,085명에서 2022년 12만 6,183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베이비뉴스, 2023년 10월 24일)
- 코로나19 영향 추정: 발달지연 증가에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언어 발달 지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베이비뉴스, 2023년 10월 24일)
이처럼 눈에 띄게 증가한 발달지연 아동 통계는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적절한 지원과 조치를 강구하는 데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관리와 연구가 필요한 문제라고 사료된다.
그럼 우리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아이들을 키웠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또 내가 경험한 더 큰 문제는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 아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내가 봤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어떠한 말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 사람이 전문가였어도 말이다.
그래서 실수를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0~6세 자녀들을 키우는 우리 부모님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은 한 가지이다. 해봐야 1일, 길어봐야 일주일이다. 아이의 발달 상태와 자라나는 상황을 전문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들과 상담의 시간을 가져보자. 그것이 기관이라도, 센터라도 괜찮다. 누구든 아동의 치료적, 교육적, 학습적 접근이 가능한 사람들을 만나 상담의 시간을 갖는다면, 아이들이 진학을 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인용 출처
- 베이비뉴스(2023. 10. 24.), 「0
5세 발달지연 8만명 넘었다... 바우처 등 지원 확대 필요」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219 (05세 8만 1,430명·0~19세 12만 6,183명, 모두 2022년 기준)
